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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옥칼럼] 다시 걷게 하는 힘

코털감독 2025. 5. 29. 13:59

강선옥 / 신한대학교 (강성종총장)스포츠건강학과 조교수

― 노년기 낙상, 두려움의 벽을 넘어서야 할 때 ―

“다시 걸을 수 있을까?”
한 번의 낙상 이후, 많은 어르신들은 다친 부위보다 먼저 마음이 무너진다. 뼈보다 먼저 부러지는 것은 자신감이며, 근육보다 더 빠르게 위축되는 것은 마음의 힘이다.

■ 낙상이 남긴 것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낙상은 근골격계 손상으로 정의되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자존감의 균열이자, 삶의 자립성에 대한 위협이다. 오랜 시간 독립적으로 살아온 노인에게 ‘넘어졌다는 경험’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이젠 예전 같지 않다”는 인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특히 '낙상 공포 증후군(Fear of Falling, FOF)'은 실제 부상보다도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는 낙상을 직접 경험했거나 타인의 낙상을 목격한 후 생기는 불안 상태로, 반복적으로 “또 넘어질까 봐”라는 두려움이 작동하면서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제약하게 된다. 이는 결국 신체 활동의 위축, 사회적 고립, 우울감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신체 기능의 퇴행까지 초래할 수 있다.

■회복의 열쇠는 ‘심리적 자기효능감’
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정의했다. 낙상 후의 회복 과정에서도 이 자기효능감은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낙상을 '실패'나 '노쇠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면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몸은 움츠러들며 회복은 더뎌진다. 반면, 이를 ‘극복 가능한 일시적 장애물’로 인식한다면 회복 의지와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나는 다시 걸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재활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심리적 접근을 통한 실질적 회복 방안

1)작은 목표 설정과 성취 경험 제공
회복 초기에는 무리한 활동보다 작고 현실적인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침대에서 혼자 일어나기, 방 안을 한 바퀴 도는 것부터 시작해 점차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이러한 단계별 성취 경험은 자기효능감을 되살리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2)역할 회복 중심의 상담 병행
낙상 이후 많은 노인들은 자신이 ‘가족에게 짐이 되었다’는 죄책감을 느낀다. 이는 자기 존재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회복 의지를 약화시킨다. 상담을 통해 “여전히 나는 가족과 사회에 중요한 존재”임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 회복의 또 다른 축이 된다.

3)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적용
“나는 또 넘어질 거야”, “움직이면 다칠 거야”와 같은 자동적이고 부정적인 사고는 신체 회복을 방해하는 심리적 요인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이러한 사고 패턴을 식별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재구성하도록 돕는다. 실제로 CBT는 고령자의 불안 감소 및 행동 변화에 효과적인 접근법으로 입증되고 있다.

노년기의 낙상은 단순히 ‘넘어지는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균형이 무너지고, 존재감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려움 앞에서도 다시 걷는 길은 존재한다. 그것은 단지 다리의 힘만이 아닌, ‘나는 다시 걸을 수 있다’는 마음의 힘,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 믿음이 곧, 다시 걷게 하는 진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