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형 작가 안경은씨, ‘인형을 만드는 일이 곧 참선이다.’

코털감독 2023. 3. 3. 10:46

흔히 인형이라고 하면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른에게도 마음을 안정시키고 그리움을 대신하는 존재가 된다.

인형 작가 안경은 씨는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으며 초등 2학년부터 서울에서 자라 학교를 마쳤다. 안 작가에게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준 무명천으로 된 십자 인형을 애지중지했던 기억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확장돼 그의 정서 기반이 됐다. 

안경은 씨는 패션 관련 일을 하다가 10년 전부터 유화를 그렸다. 그러면서 우연히 만든 인형을 주변에 선물하다가 의외의 재능을 발견하고 DDP 핸드메이드페어전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이것이 그를 인형 작가로 만든 시발점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지자 인형 만들기에 필요한 패키지를 판매하며 본격적인 인형 제작에 뛰어들었다.

 안 작가의 인형은 마마.엘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뜻을 해석하자면 엄마가 꿈을 열고 비상한다는 뜻을 지녔다. 이름은 ‘엄마의 날개’라는 의미를 붙여 안 작가의 딸이 작명했다. 

안 작가는 평범한 엄마로 살면서 자신 안에 내포된 열망 같은 것을 발산하지 못한 탓인지 자주 아팠다고 한다. 하지만 인형 만들기는 그에게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작업에 몰두하면서 의외로 건강을 찾고 생기를 얻었다. 58세에 시작한 인형 만들기가 65세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만 7년을 몰두했고 이 일이 그에게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작가는 그림을 먼저 그린 덕택으로 인형에 그림을 접목시켜 스토리화 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펼친다. 덕분에 텍스타일 아트 작가라는 멋진 이름을 얻었다. ‘텍스타일 아트’란 헝겊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보다 이해하기 쉽겠다. 한때 유행한 퀼트가 천을 오려서 잇고 누볐다면 텍스타일은 직접 천에 그림을 그려 표현한다. 

안 작가는 인형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7년 동안 인형에 빠져 살면서 내 안의 꿈이 살아났고 내 마음이 그대로 투영된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얘기하고 내 마음을 다스린다. 그는 인형을 통해 동심을 찾고 그것이 곧 사랑의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땀 한땀 정성을 기울여 하나의 인형을 만들어낸다. 

안 작가는 “모든 예술작품이

곧 작가를 대변하듯이 인형에도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그래서 보다 평화롭고 따뜻한 인형의 표정을 만들기 위해서 마치 도를 닦는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달랜다. 

그는 ‘침선이 곧 참선’이라는 말로 이 과정을 설명한다. 인형을 만들고 있으면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이 고요해지기 때문에 분명 참선이 맞는 말이 아닐까.

종갓집 종부로, 유난히 정갈한 솜씨를 지녔던 어머니에 대한 따뜻한 기억은 지금 안 작가의 작품에 그대로 투영돼 언제나 온화하고 푸근한 작품을 만들게 도와준다. 안 작가의 한복을 입은 인형 30여 점이 그런 그리움 안에서 태어났다. 안 작가는 작품 제작뿐만 아니라 강의도 하면서 후배 양성을 한다. 

안 작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형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정적인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그래서 한복인형이 전통성을 잇고 맥을 잇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닥종이가 종이를 잘게 잘라서 만든다는 특성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은 것도 조심스럽게 언급하면서 우리의 전통미가 가득한 한복 인형도 확실한 맥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안 작가가 앞으로 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를 통해 인형을 배운 후배만 해도 300여 명에 달한다. 그들이 우리 인형에 새롭게 런칭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한복 인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기고 한복 인형이 독보적인 하나의 전통공예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